“내일은 쌀 좀 사 오자.”
너는 찬장을 닫으며 말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다. 쌀이 얼마 남았는지는 보지 않았다. 네가 내일도 여기 있을 거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주는 게 좋았다.
우리는 저녁으로 남은 음식을 데워 먹었다. 네가 무슨 이야기를 했고, 내가 웃었다. 웃은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네가 물을 마시는 동안 나는 너를 조금 더 보았다. 왜 그러냐고 묻기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지 생각했다.
네가 일어나며 내 어깨를 짚었다. 그 무게에 눈이 떠졌다.
방은 차가웠다. 어깨 위에는 접힌 이불이 놓여 있었다. 찬장도, 네가 마시던 컵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을 켜지 않았다. 시간을 보면 어느 쪽이 진짜인지 너무 분명해질 것 같았다.
꿈에서 어디까지 갔는지 더듬었다. 식사를 마쳤고 네가 일어났으니, 나는 접시를 치우면 됐다. 그다음에는 내일 몇 시에 나갈지 물으면 됐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눈을 감자 방의 모양이 조금씩 사라졌다. 급하게 생각하면 놓칠 것 같아서, 너를 부르는 대신 쌀을 떠올렸다. 무겁지 않은 작은 포대. 둘이 함께 들고 오기에 우스울 만큼 작은 것.
내일은 그걸 사러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