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조금 전까지는 서로 잘 지낸다고 말하던 중이었다. 일은 어떤지, 이사는 했는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주고받을 만한 이야기를 골랐다. 그러는 동안에는 네가 낯설어도 괜찮았다.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넌 내가 대답할 것을 알아서인지 마지막 소리를 오래 붙들지 않았다. 나는 네 쪽을 보았다. 너는 내 손 가까이로 손을 뻗다가 멈췄다.
나는 잔을 테이블 반대쪽으로 옮겼다. 네 손이 올 자리가 생겼다. 너는 잠깐 나를 보고 손을 잡았다. 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 나도 설명하지 않았다.
네가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쓸었다. 몸이 먼저 아는 감촉이었다. 나는 그 손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다시 네 집에 물건을 두거나 주말을 비워놓는 일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늘 만난 너를 받아들이는 데 그 이후의 날들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네가 말을 꺼내자 나는 고개를 조금 저었다. 손은 그대로 두었다. 너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내 이름을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천천히.
나는 몸을 기울였다. 목소리를 낮춰도 서로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 대답하려다가, 네가 아직 내 이름의 끝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조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