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녀는 영수증을 접어 가방에 넣고도 외투를 입지 않았다. 잔에는 마실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직원이 빈 잔을 치우려다 물었다.
“조금 더 계실 거예요?”
“이 노래만 듣고요.”
막 시작된 곡이었다. 아는 노래도 아니었다.
조금 전, 그녀는 안쪽 자리에서 나오던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의자 사이가 좁아 몸을 돌려야 했다. 그 사람이 잠깐 멈췄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이 마주쳤다.
아는 얼굴인가 싶었다. 상대의 입가에 웃음이 조금 번져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의자를 더 당겨주었다. 그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그때는 그게 전부였다.
그녀는 휴대폰에 와 있던 메시지를 읽고, 내일 몇 시에 만날지 답했다. 계산을 부탁했고, 직원이 건넨 카드를 지갑에 넣었다. 그러다가 문득 조금 전 그 사람이 웃고 있었다는 것이 다시 떠올랐다.
길을 비켜주어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눈이 마주치면 그렇게 웃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녀도 가끔 그랬다.
그런데 자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직원이 잔을 가져가고 물 한 잔을 놓아주었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며 웃었다. 웃고 나서야 조금 전에도 이렇게 했으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아는 사람인지부터 확인할 필요는 없었는데.
음악은 낮게 이어졌다. 누군가 웃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지만 다른 테이블이었다. 그녀는 그쪽 벽에 걸린 사진을 잠깐 보는 척하다가 돌아앉았다.
휴대폰에 답장이 왔다. 열한 시가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알겠다고 보내고 대화창을 닫았다. 방금 정한 시간이 열 시였는지 열한 시였는지 헷갈려 다시 열어보았다.
노래가 끝날 무렵에는 그 사람의 얼굴보다, 눈이 마주쳤을 때 조금 더 바라봐도 괜찮았을 것 같은 느낌이 남았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짧은 틈이었다.
그녀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 출입문 쪽에서 사람들이 들어왔고, 열린 문으로 찬 공기가 밀려왔다. 새로 온 손님들이 자리를 찾는 동안 그녀는 외투를 무릎에 올려놓고 기다렸다.
다음 곡이 흘렀다.
이번에는 끝까지 듣겠다고 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아까는 통로를 막을까 봐 당겨두었던 의자를 조금 돌렸다.
누군가 그쪽에서 다가오면 이번에는 먼저 얼굴이 보일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