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을 지나던 그녀는 한 의자에 놓인 외투를 집어 들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의 팔에 걸쳐져 있던 옷이었다. 무심코 내려놓았다가, 어디에 놓았는지 알아보고 다시 든 것이었다.
그 사람은 늘 이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외투를 옆 의자로 옮겼다. 등받이에 걸친 소매가 넘어와 빈 좌석에 닿자 그것도 걷어주었다.
극장에는 그녀 혼자였다. 무대 가장자리에 남아 있는 불빛으로 돌아갈 길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외투를 가지러 온 참이었다. 이제 나가면 됐다.
그런데 통로 끝에서 한 번 돌아보았다.
외투를 옮겨놓고 나니 그 자리가 더 잘 보였다.
그녀는 무대 옆의 작은 계단으로 올라갔다. 객석에서 보았을 때보다 안쪽은 어두웠다. 바닥을 몇 걸음 더 걸어 나가자 익숙한 자리가 나왔다. 거기 서면,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할 말은 그동안 많았다. 어느 날에는 따지고 싶었고, 어느 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름부터 불러보고 싶었다. 막상 그 자리를 앞에 두니 어느 것도 먼저 꺼낼 수 없었다.
입술 사이에서 작은 선율이 흘러나왔다.
말을 고를 때와 달리 다음 소리는 어렵지 않게 이어졌다. 그녀는 한 소절을 부른 뒤 잠깐 쉬었다. 객석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 조용한 틈에 다음 소절을 놓았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녀는 빈 의자의 낡은 천을 보았다. 한쪽 팔걸이에만 남은 희미한 빛도 보였다.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없는지 처음부터 다 보였다.
그래도 목소리는 그쪽으로 향했다.
가장 좋아하는 부분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조금 고개를 들었다. 오래 품고 있던 것을 마침내 꺼내 보일 때처럼 입가가 느슨해졌다. 선율이 높아졌다가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그녀의 손도 허공에서 작은 곡선을 그렸다.
노래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그 안에서 서두르지 않았다. 발을 옮기고 몸을 돌리면서도, 다시 그 자리를 향할 때면 꼭 눈을 맞추듯 얼굴을 들었다. 빈 무대 위에서 혼자 추는 춤은 조심스러웠다. 한쪽으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도, 잡고 있던 손을 갑자기 놓지도 않으려는 사람처럼.
객석은 어둡고 그녀가 선 곳만 희미하게 밝았다. 노래가 이어질수록 그녀의 얼굴에서는 오래 참아온 말의 흔적이 조금씩 사라졌다. 한 번쯤 그 사람이 보았으면 했던 모습으로, 그녀는 마지막 부분을 불렀다.
소리가 멎은 뒤에도 잠시 웃고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를 바라보았다. 옆 의자에 걸어둔 외투가 눈에 들어왔다. 불빛 아래로 늘어진 소매 끝도 보였다.
그제야 손이 천천히 내려왔다.
무대에서 내려가 외투를 입으면 되는 일이었다. 계단을 내려가고, 통로를 지나고, 아까처럼 옷을 집어 들면 됐다.
그녀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노래하던 입술이 무슨 말을 들은 듯 벌어졌다. 그러나 먼저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그 사람이 말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