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ATION · Y-33
붉은 길
이 고비만 지나면 더는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아팠던 시간이 멀어지면 상처받을 일도 조금은 줄어들 거라고. 그러나 겨우 숨을 돌린 날에도 잃고 싶지 않은 것은 남아 있고, 아직 겪지 않은 일은 새로운 두려움이 된다. 지나온 아픔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듯, 앞으로 마주할 불안도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마음이 다 괜찮아질 때까지 삶이 기다려주지는 않아서, 우리는 아물지 않은 곳을 안고 다음 날을 맞는다.
「붉은 길」은 살아 있는 동안 거듭 마주하는 상처와 두려움을, 달아난 끝에서도 다시 붉게 물드는 거리로 그린 오케스트라 팝이다. 서늘한 피아노와 현악 사이로 불안은 잠시 잦아들었다가 다시 밀려오고, 숨 가쁜 도주 끝에는 담담한 걸음이 남는다. 붉은빛은 여전히 길 위에 있고, 그 길을 걷는 사람도 여전히 아픔을 느낀다. 아무것도 말끔히 끝나지 않은 밤, 두려움을 품은 삶이 한 걸음만큼 더 이어진다.
SCENE골목 끝을 돌아선 뒤, 고인 빗물 위로 번지는 또 다른 붉은빛 앞에서 잠시 멈췄던 발을 다시 옮기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