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머리를 빗다가 햇빛 한 올을 떨어뜨렸다.
빛은 바닥에서 작게 흔들렸다. 손으로 집으려 하면 손등에 붙었고, 손등을 돌리면 마루의 틈으로 미끄러졌다. 아이는 잠깐 기다렸다가 머리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빛이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왔다.
아이는 그것을 다른 빛 사이에 넣어 엮었다. 하나, 둘, 셋. 창 위로 해가 올라갈수록 긴 머리가 조금씩 무거워졌다. 낮 동안에는 바람이 들어도 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어깨에 머리카락을 포개고, 작은 매듭마다 손끝을 눌렀다.
언덕 아래 마을은 아침에는 조용하고 저녁에는 조금 분주했다. 아이는 먼 지붕들만 볼 수 있었다. 누가 늦게 돌아오는지, 어느 창가에서 누가 기다리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불이 늦게 켜지는 집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었다.
산등성이에 어둠이 내리자 아이는 창을 열었다. 하루 동안 엮은 빛을 조금씩 풀었다. 첫 번째 빛은 가까운 지붕으로 갔다. 두 번째는 바람을 타고 골목 안쪽으로 사라졌다. 낮에 바닥에 떨어졌던 빛은 끝까지 머리끝을 놓지 않았다.
아이는 그것을 손바닥에 올렸다. 오늘은 이것만 남겨두어도 될 것 같았다. 빛 하나쯤 없다고 마을이 더 어두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덕 아래 끝집의 창은 아직 검었다.
아이는 손을 폈다. 마지막 빛은 잠깐 맴돌다가 내려갔다. 긴 머리가 한꺼번에 가벼워졌다. 아이는 빈 손을 맞대고 한동안 창가에 서 있었다.
누웠을 때 방은 어두웠다. 아이가 엮어 보낸 빛은 이제 지붕 아래에 있었다. 책을 덮는 손 곁에도, 늦은 밥상 위에도, 누군가의 신발을 기다리는 현관에도 있을지 몰랐다. 아이는 눈을 감았다.
머리끝이 조금 간지러웠다.
언덕 아래의 빛이 유리 너머로 번져 들어와 있었다. 어느 집에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가느다란 금빛 하나가 흐트러진 머리 위에 걸렸다. 아이는 잠결에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 손을 댔다.
하나.
내일 엮을 머리에는 벌써 첫 가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