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집 앞에서 이야기를 다 마쳤는데도 나는 열쇠를 꺼내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날이었다. 특별한 곳에 간 것도 아니었다. 밥을 먹고 걷다가 오래전에 알던 사람의 이름을 번갈아 떠올렸다. 둘 다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한동안 웃었다. 다음에는 꼭 기억해 오자고 했다.
친구가 버스 시간을 보았다.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나는 아까 말하다 만 이야기가 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무슨 이야기냐고 했다. 딱히 없었다. 나는 생각하는 척했다.
예전에는 헤어질 때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다. 내일도 만났으니까. 요즘은 날짜를 맞추는 데 며칠이 걸렸고, 만난 뒤에는 서로 놓친 일을 한꺼번에 이야기해야 했다. 친구는 요즘 아침마다 달린다고 했다. 운동이라면 질색하던 사람이었다. 함께하지 않은 아침들이 그 사람을 조금 바꾸는 동안, 나는 여전히 예전의 친구를 생각하고 있었다.
친구가 가야겠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버스를 놓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모퉁이까지 같이 걸었다. 길은 금방 끝났다.
“다음에 또 보자.”
우리는 그렇게 말하고 헤어졌다. 친구가 돌아선 뒤에도 나는 그 자리에 조금 남았다. 방금까지 둘이 듣던 가게 소리가 혼자 듣는 소리로 바뀌어 있었다. 켜진 창 하나에서 저녁 냄새가 흘러나왔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려다가, 친구가 끝내 기억하지 못한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보내고 나니 곧 웃는 답장이 왔다.
대화창을 바로 닫지 않았다. 오늘이 아직 한 줄쯤 남아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