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으려다가 마당 한가운데만 밝은 것을 보았다.
등불을 켜놓았나 싶어 손을 멈췄다. 달빛이었다. 처마 아래는 어두웠고 돌이 놓인 길만 희게 떠 있었다. 나는 마루에 앉았다. 문은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 열어두었다.
그 사람과 밤길을 걷다 작은 물길 앞에서 멈춘 적이 있었다. 낮에는 쉽게 건넜을 텐데 어둠 속에서는 발을 놓을 곳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먼저 건너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건너편에서 손을 내밀면 내가 더 무서워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앞쪽의 넓적한 돌로 건너갔다. 그다음 돌로 가지 않고 내가 따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나도 같은 돌에 발을 디딘 뒤에야 그가 다시 움직였다. 다 건너고 나서는 놓아도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 나는 이제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
바람이 소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 오래된 일을 떠올릴 때는 보통 마지막 장면부터 생각났는데, 오늘은 돌 하나를 딛기 전에 그가 기다려주던 시간이 먼저 왔다. 길지도 않은 물길을 건너느라 우리가 얼마나 천천히 걸었는지.
마당의 돌은 그대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을 한 번 구부렸다 폈다. 곁에 누가 있다는 착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혼자 앉아 있는데도 그때처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닫으려던 문을 그대로 두었다. 잠깐 눈을 감았다. 바람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손을 소매 안에 넣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