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ATION · Y-09
바람이 걷어간 자리
특별히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곧장 집에 들어가기 아까운 저녁이 있다. 늘 지나던 길의 공기가 조금 가벼워졌다는 이유만으로 오늘을 더 오래 보내고 싶어진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내일도 그때만큼은 부담스럽지 않다. 한 골목을 더 걷는 동안, 기다려도 좋을 무언가가 앞에 있는 듯하다.
「바람이 걷어간 자리」의 화자는 익숙한 귀갓길에서 전에 없던 기대를 발견한다. 붉은 저녁이 푸른 밤으로 바뀌는 동안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지고, 아직 닿지 않은 내일은 젖은 풍경 너머에서 조용히 반짝인다.
SCENE집으로 가던 길에서 한 골목을 더 걷기로 하고, 젖은 거리의 불빛을 천천히 따라가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