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쯤이면 좀 낫겠지.”
친구가 전화기 너머에서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다음 주가 무슨 뜻인지 잠깐 생각했다. 그때까지 네가 돌아오지 않은 날을 일곱 번 더 보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우리는 어제 헤어졌다. 나는 네가 원한다면 더 붙잡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늘도 그 말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렇게 말한 사람답게 지내는 법을 몰랐다.
아침에는 네 번호를 지우려고 했다. 연락처를 열었다가 닫았고, 점심에는 방을 정리하려고 했다. 네가 놓고 간 책을 들었는데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 정할 수 없었다. 식탁에 놓으면 식탁에서 보였고, 선반에 놓으면 선반에서 보였다. 나는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친구는 산책을 해보라고 했다. 밥을 먹고 바깥 공기를 쐬면 조금 나을 거라고. 틀린 말이 없어서 대답할 말도 없었다. 나는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식탁의 작은 흠집을 만졌다.
“오늘은 그냥 다른 얘기 해주면 안 돼?”
친구가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회사에서 프린터가 고장 난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인쇄된 종이를 다시 넣어서 서류마다 엉뚱한 글씨가 겹쳐 나왔고, 다들 기계 탓을 했다고 했다. 나는 대단히 재미있지는 않은 그 이야기를 오래 들었다. 중간에 울었지만 친구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통화를 마치고 물을 마셨다. 책은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고 번호도 지우지 못했다. 나는 오늘은 더 해보지 않기로 했다. 네가 없는 생활을 익히는 일까지 오늘 안에 끝낼 필요는 없었다.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고 옆으로 누웠다. 방이 어두워질 때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있을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