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고장 난 줄 알았다. 눈을 뜨면 늘 먼저 와 있던 말이 없어서, 늦잠을 잤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맞았다. 출근까지 충분히 남아 있었다. 나는 세수를 하고 물을 끓였다. 아무도 잘 잤느냐고 묻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해야 하는 일은 모두 할 수 있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 열이틀이 지났다.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인사 뒤에는 새 말이 없었다. 네가 연락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아침마다 먼저 화면을 보는 버릇은 남아 있었다.
대화창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질문이 자주 나왔다. 잘 잤어? 밥 먹었어? 오늘 많이 힘들었어? 나는 그 문장들이 내용 없는 인사라고 생각했다. 밥을 먹었으면 먹었다고, 바빴으면 바쁘다고 했다. 네 질문에 성실하게 답하고 있다고 믿었다.
오래된 날짜 하나에서 멈췄다. 내가 늦게 퇴근한 날이었다. 너는 고생했다고 했고, 나는 피곤하다는 말만 했다. 조금 더 위에는 그날 네가 보낸 사진이 있었다. 병원 대기표였다. 나는 어디가 아픈지 묻지 않고 내 퇴근 이야기부터 했다.
그 뒤에도 너는 내가 밥을 먹었는지 물었다. 나는 먹었다고 답했다. 네가 진료를 잘 받았는지, 집에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없었다. 답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게 아니라, 내가 질문한 적이 없었다.
밤이 되어 다시 대화창을 열었다. 아침에 읽다 멈춘 자리 아래로, 다음 날의 안부가 이어졌다. 네가 그날 아팠다는 사실은 나는 오늘에야 제대로 들여다보았는데, 그다음 날 너는 벌써 내가 잘 잤는지 묻고 있었다.
잘 자라는 말을 썼다가 지웠다. 이제는 우리가 하루를 마치며 인사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대신 내가 내 하루 이야기만 하던 날에도 내 걱정부터 해주어서 고마웠다고 썼다. 네가 아픈 날을 그냥 지나쳐서 미안했다고. 마지막에는 사랑한다고 적었다. 네 말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꺼낸 말이었다.
보내고 나서는 대화창을 닫았다. 답장이 오더라도 지난날의 대답을 대신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네가 건넨 말들을 끝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휴대폰은 뒤집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에 쥐고 있지도 않았다. 화면이 위로 오게 식탁에 놓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