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적 없어.”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효과가 있었다.
네 얼굴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던 날을 골랐고, 그날의 내가 사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꾸며 말했다. 너는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 질문이 아직 나를 믿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네가 다시 묻지 못할 만큼 더 모진 말을 골랐다.
나는 네가 고개를 숙일 때까지 말했다. 받고 싶었던 사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중간에 잊었다. 네가 나만큼 아파 보이는지 확인하느라 바빴다.
문이 닫힌 뒤에도 입술이 움직였다. 준비해둔 말이 남아 있었다. 방 안은 갑자기 작아졌다. 네가 앉았던 곳까지 두 걸음이면 갔는데 나는 한 발도 옮기지 않았다.
손끝이 저려왔다. 주먹을 펴보니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 손을 씻으면 없어질 것 같아 수도를 틀었다. 물이 닿자 조금 아팠다. 자국은 그대로였다.
나는 네가 갔다는 사실보다 내가 한 말을 먼저 고치고 싶었다. 좋은 날도 있었다고. 그날 행복했던 것은 진짜였다고. 하지만 이제 그 말을 보내면 내가 덜 나쁜 사람이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수도꼭지를 잠갔다. 방은 완전히 조용했다. 네가 잘못 들은 게 아니냐며 다시 물어주었으면 했다. 그러면 적어도 행복했던 적 없다는 거짓말만큼은 거둘 수 있을 텐데. 나는 손바닥의 자국을 다른 손으로 덮었다. 네가 얼마나 아픈지는 이제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