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틀어놓은 영화를 끝까지 본 날은 드물었다.
나는 주인공의 이름을 알기 전에 네가 화면을 멈추는 데 익숙해졌다. 답장을 하거나 다른 영상을 찾아볼 때였다. 처음에는 기다렸다. 네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면 방금 어디까지 봤는지 알려주었다. 나중에는 멈춘 화면 옆에서 혼자 다음 장면을 상상했다.
토요일이면 같은 소파에 앉았다. 네가 웃어서 고개를 돌리면 작은 화면 속의 무언가가 웃긴 것이었다. 보여달라고 하면 너는 이미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텔레비전을 향했다. 한 방에 있는 동안 네가 무엇에 웃었는지 모르는 날이 많아졌다.
우리 사이에 큰일은 없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서운했던 일을 떠올리면 하나하나가 너무 작았다. 그런 것으로 마음이 상했다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괜찮겠지 싶어, 다음 토요일을 비워두었다.
그러다 약속이 미뤄진 날 혼자 영화를 보았다. 중간에 멈추는 사람이 없어서 끝나는 시간이 빨랐다. 극장을 나와 밥을 먹고 서점을 한 바퀴 돌았는데도 저녁이 남아 있었다. 네게 보내려고 사진을 찍었다가 그냥 저장했다. 무슨 책인지 다시 설명할 생각을 하니 조금 피곤했다.
그다음부터는 너를 만날 때도 책을 가져갔다. 너는 내가 책을 읽는 동안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편했다. 기다리는 일이 줄었으니까. 몇 주 뒤에는 네가 화면을 멈춰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날 집에 갈 때 네 방에 두었던 컵을 챙겼다. 자주 마시던 차도 가방에 넣었다. 너는 잠깐 가방 쪽을 보다가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지퍼를 닫았다.
수첩의 달력을 펼쳤다. 다음 토요일에 혼자 가보고 싶던 곳을 적었다. 네가 만나자고 하면 지울 수 있게 연필로 썼다가, 잠깐 뒤에 펜으로 덧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