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에는 붙잡아달라는 말이 한 줄도 없었다.
세 번을 고쳐 썼다. 원망처럼 들리는 문장을 지우고, 구차해 보이는 문장을 지우고, 마지막에는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다 쓰고 보니 이미 괜찮아진 사람이 보낸 편지 같았다.
너는 봉투를 받으며 내 얼굴을 보았다. 나는 준비한 만큼 웃었다. 오래 서 있으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먼저 돌아섰다.
열 걸음까지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편지를 열고, 읽고, 내 이름을 부르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계산했다. 봉투를 풀기 어려울까 봐 풀칠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데에 머리를 썼다.
횡단보도에 도착했을 때 신호는 초록이었다. 나는 건너지 않았다. 신발 끝을 내려다보며 끈을 만지는 척했다. 묶을 필요도 없는 끈을 두 번 당겼다. 등 뒤에서 누군가 뛰어왔다. 친구를 따라 뛰던 아이가 빨리 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빨간불이 되었다. 기다릴 이유가 생기자 조금 편해졌다.
혹시 너는 지금 편지를 읽고 있을까. 잘 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내가 그렇게 적었으니까. 나는 네가 내 말을 믿지 않기를 바라면서, 네가 믿을 수밖에 없는 말만 남겨두고 왔다.
신호가 다시 바뀌었다.
“가지 마.”
처음으로 제대로 한 말은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졌다. 나는 너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건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