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뒷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서 버리기 쉬울 줄 알았다. 날짜도 장소도 없는 사진이었다. 너는 사진 밖의 누군가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는 반쯤 쌓인 종이들 위에 사진을 놓았다가 다시 집어 들었다. 누구를 보고 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기억은 얼굴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먼저 내 무릎이 아팠다. 네 사진을 잘 찍어주겠다고 낮게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지 못하고 웃던 나. 네가 그만하라며 손을 내밀었다. 사진 속 네 시선이 아래를 향한 이유는 그것이었다.
그날 나는 한 장만 찍은 게 아니었다. 네가 눈을 감은 사진, 내가 웃느라 흔들린 사진, 도로 표지판이 얼굴을 가린 사진. 잘 나온 것만 남기자고 했던 것은 나였다. 그런데 우리가 얼마나 웃었는지는 잘못 찍힌 사진들에 더 많이 들어 있었다.
나는 사진을 뒤집었다. 다시 앞면을 보았다. 종이 한 장을 돌릴 때마다 방과 그 길이 번갈아 나타났다.
정리하던 상자에는 이미 네 물건이 거의 없었다. 나는 꽤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가게에 가고, 혼자서도 웃었다. 그런데 네가 바라보는 쪽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 하나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버릴 것들을 넣은 봉투 입구를 접었다. 사진은 책상 위에 두었다. 뒷면이 보이도록 놓았는데, 거기에도 내가 서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