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상자에는 ‘버리기’라고 써놓고, 나는 같은 서랍 앞에서 네 번이나 멈췄다.
편지는 안쪽에 있었다. 정확히 두 번 접혀 있었다. 첫 번째 접힌 자국은 네가 만든 것이고, 두 번째는 내가 만든 것이었다. 내 주머니에 넣기에는 조금 컸기 때문이다. 너는 내가 글자 위로 손톱을 눌러 접는 것을 보며 중요한 편지인데 너무한다고 했다.
내용은 별것 없었다. 내일 몇 시에 만나자는 말, 길에서 본 이상한 개 이야기, 내가 빌려간 물건을 잊지 말라는 부탁. 중요한 부분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했다.
그날 우리는 학교 앞 계단에 앉아 있었다. 나는 하루 종일 힘들었다고 말했고, 너는 무슨 일이었는지 캐묻지 않았다. 어깨를 빌려주었다. 계단 아래로 사람들이 지나갔고 나는 조금 졸았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도 잠깐 잠들 수 있었다.
며칠 전 그 길에 가보았다. 계단은 그대로였는데 앉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있으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서랍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가 놓았다. 서랍장은 안에 든 것을 빼지 않고 그대로 옮기기로 했다. 편지는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새집에도 가져가기로 했다고 생각하니 조금 우스웠다. 열어 읽지도 않을 것을 이렇게 조심스럽게 옮기고 있었다. 나는 빈 상자를 옆으로 밀었다. 서랍 앞에 놓아둘 필요는 없었다.